[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완성차 업계의 생산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협력사인 자동차 부품 업계의 경영난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저신용 부품사들부터 협력사 지위를 반납하고 공장 문을 닫는 등 벼랑 끝에 몰린 업체들이 자진해서 사업장 폐쇄를 선택하고 있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용 동력 전달 고무벨트를 생산하는 부품사 한국게이츠는 지난 26일자로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제조공장을 폐쇄하고 한국 시장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한국게이츠 본사는 "시장 내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당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으며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 유행으로 불가피하게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한국게이츠는 동력 전달용 고무벨트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게이츠사와 일본 니타사가 합작해 1989년 한국에 설립한 회사다. 이로써 해당 회사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30여년 만에 사업 구조조정 수순을 밟게 됐다. 외국계 기업인 한국게이츠가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되자 수익성이 낮고 구조적으로 회복 능력이 취약한 한국 사업부터 먼저 정리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부품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의 2차 협력사인 명보산업은 지난 17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1차 협력사에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명보산업은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싼타페, 투싼, 넥쏘 등에 들어가는 크래시패드와 퓨즈박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의 사업 포기 선언으로 한 때 현대차 주력차종의 생산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수익성 악화로 줄도산 우려가 제기돼왔다. 수익구조가 취약해진데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까지 더해지며 최근 이 같은 사업장 폐쇄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산업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3차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고 부품업계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으나 국회에서 예산안 통과가 늦춰지면서 부품산업의 돈 줄이 말라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대정부 건의를 통해 자동차 업계 전반에 3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화답해 정부는 4차례에 걸쳐 자동차 부품산업 지원을 포함한 금융정책 지원을 발표했다. 이어 예산 확보를 위한 3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려면 아직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협회는 "국회에서 빠른 처리를 통해 예산이 확보돼야 정책이 시행될 수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정책의 집행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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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8, 2020 at 05: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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