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기술로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
경북 경산시 자인면 자인산업단지 한 가운데 자리 잡은 현우정밀㈜(대표 배영일) 사무실 한 켠에 붙어 있는 슬로건이다. 다소 낡아 보이는 공장 외형과 억지로 욱여넣다시피 빼곡히 들어서 있는 기계 설비, 거기에 전 직원이 25명 뿐인 회사의 슬로건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거창해 보였다.
그럼에도 배영일 대표는 "슬로건의 한 자도 바꾸기 싫다"고 했다. 그는 "40여년간 정밀 가공 한우물만 팠다"며 "당장의 모습보다 그동안 쌓아 올린 기술력에 주목해 달라"고 자신했다.
현우정밀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자동차, 조선, 항공, 일반산업기계 등에 사용하는 부품을 생산한다. 아직 자동차부품이 주력이지만, 항공기 부품도 생산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사일 등 방산 핵심부품도 생산한다. 특히 정밀 기계산업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제트엔진의 부품 생산 기술도 확보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다. 지난해 폭스바겐과 하이브리드ㆍ전기차용 부품 제작을 추진했다. 배 대표는 "아쉽게도 성사 직전에 무산됐다"며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생산설비 구축과 개발비 등 130억원의 재원 마련이 난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연 400억원 수출 물량이 날아간 셈이지만,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 받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현우정밀은 8월 현재 일본, 호주 등 5개국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루마니아와 독일 등으로 거래처 확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우의 역사는 20년 전 2000년 3월부터 시작한다. 현 위치 3,300㎡부지에 터를 잡았다. 설립 첫해 매출은 3억원으로 미미했지만 지난해 5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70억원 매출을 목표로 세웠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수많은 부품사들이 반 토막이 날 지경이지만, 현우정밀은 45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에 있다. 정밀주조와 관련한 특허 4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선정됐고 앞서 2015년 무역의 날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특히 현우정밀의 초정밀 기계부품 가공기술은 세계적이다. 배 대표는 "제트엔진 내부 날개인 블레이드는 초고속 초고온 초고압에 견뎌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신뢰성이 요구되는 기술"이라며 "아직 미국의 엔진 제조사가 공식 '인증'을 해주지 않고 있지만 1~12단계로 구분되는 블레이드 제조기술 등급 중 최고인 1단계 단결정 제조 기술도 확보했다"고 자랑했다.
결정의 격자구조가 규칙적으로 유지되는 단결정 제조법은 진공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고 알려져 있다. 배 대표는 "우리를 비롯, 국내 몇몇 기업이 1단계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 인증을 통과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제트엔진 블레이드 국산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대명사 현우정밀의 배경은 배 대표의 독특한 이력에서 출발한다. 배 대표는 1976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국방부 조병창 연수를 통해 정밀 주조 기술을 배웠다. 1981년 정부의 민영화 방침으로 국방부 조병창이 대우정밀에 흡수된 이후에도 기술력을 높여갔다.
재직중에 일본어를 독학으로 익혀 6년간 일어로 된 기술서적 11권을 6권의 우리말 서적으로 내 놓았다.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기술은 직접 발품을 팔았다. 제트엔진 블레이드 기술은 1993년 러시아에서 터득했다. 배 대표는 "지금까지 쌓은 기술력으로 더 활발하게 해외로 나가고 싶었지만 자금 부족에 발목을 잡힐 때가 많았다"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피력했다.
배 대표의 또 다른 직함은 (사)경북수출기업협회 회장이다. 그는 대우에서 출발한 기업인답게 대우그룹 사가(社歌)에 등장하는 '육대주 오대양이 일터'라는 구호를 경북수출기업협회에도 적용하고 있다. 배 대표에 따르면 오랜 세월 기술을 축적한 지역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일례로 경북수출기업협회 회원 기업 중에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반도체 설비에 들어가는 온도센서와 벨브를 개발해 매출이 5배 증가한 곳도 있다.
배 대표는 "판로만 열리면 지금보다 훨씬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알짜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면서 "경북수출기업협회를 '잘 만든 지역의 중소기업 제품을 세계에 판매하는 창구' 혹은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중소기업 연합체'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September 01, 2020 at 02: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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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정밀 가공 한우물… 제트엔진 부품도 '척척'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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