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완성차업계보다 부품업계 지형도가 더 큰 폭 변화할 전망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 변속기, 클러치를 배터리와 모터로 대체하는 한편 연료탱크와 라디에이터 그릴, 각종 오일류 부품 등이 필요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동차 한 대당 들어가는 부품 개수가 2만~3만개에서 1만여 개로 반 토막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6900여 개에 달하는 엔진 부품은 모두 사라지고 내연기관 전용 전장부품도 70%가량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앞두고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신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매년 수조 원을 R&D에 투자해 전기 파워트레인 솔루션 `e-Axle`을 개발했다. e-Axle은 내연기관 엔진보다 크기는 20% 이상 작지만 원가는 15% 이상 낮춘 전기차 전용 모터다. 독일 ZF 또한 섀시와 모터, 변속기, 파워일렉트로닉스를 일체화한 섀시 일체형 모듈 `m-STARS`를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 전기차 디자인 개선 등을 이뤄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 계열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전장부품 등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 톱10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현대모비스는 33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인근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2·3차 협력사인 중소 부품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은커녕 제대로 된 전기차 투자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주요 완성차 협력업체 55곳을 대상으로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매출액의 몇 %를 R&D에 투자하고 있느냐`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17개사(30.9%)가 전혀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매출액 중 10% 이상을 R&D로 집행하는 곳은 1개사에 불과했고 7% 이상 4개사, 5% 이상 11개사, 3% 이상 5개사, 1% 이상 16개사 등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감이 줄고 운영자금이 메마르면서 불가피하게 미래차 준비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국내 전기차 부품 생태계를 글로벌 부품업체들에 다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과 한국 16대 부품업체들의 R&D 투자 규모를 비교하면 `2015년 7조원 대 1조5000억원`에서 `2018년 10조원 대 2조원`으로 양국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에는 미래차 전장부품 사업 역량을 갖춘 곳이 100여 개밖에 없기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글로벌 업체를 대상으로 (전기차) 부품 조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뒤늦게 자동차 부품업계의 사업 구조 재편 지원에 나섰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정부는 부품업체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전문 연구기관 등과 함께 부품업체들이 전기차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사업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좀비기업`들은 일부 통폐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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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9, 2020 at 03:4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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