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 부품업계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부터 자동차 산업을 복원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1차 부품 업체는 완성차 업체와 2·3차 부품 업체의 중간 단계에 있어 이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파급 효과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충격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정부는 당초 항공·해운업종 기업 가운데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인 기업을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으로 못 박았다. 다만 기간산업 생태계 유지 등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1조원 범위 내에서 기금을 활용한 `협력업체 지원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예외 기준을 뒀다.
이 기준이 자동차 부품사 지원의 근거가 됐다. 예외 규정은 `1조원 범위`를 명시하고 있지만, 정부는 자동차 산업 특수성을 고려해 범위를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자동차 산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특수성과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회사채 매입이나 보증 공급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자동차 부품업계의 경영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중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중추인 1차 부품사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매출 5조원, 직원 1만2000명이 넘는 국내 2위 자동차 부품사 만도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금호에이치티(HT)·대한칼소닉·아성프라텍·에이브이오(AVO)카본코리아 같은 완성차 1·2차 협력사들도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부품사들은 현재 가동률이 50~60% 수준에 그치는 형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차 부품사가 무너지면 2·3차 부품사도 붕괴할 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 역시 부품 공급에 타격을 받아 산업 전체가 치명타를 입는다"며 "정부가 1차 부품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거쳐 다음달 이들의 자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하고 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15일 경기도 코리아에프티 판교연구소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살리기` 현장 간담회에서 3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동차 산업 상생협력 특별보증` 운영 계획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재정과 완성차 업체, 지방자치단체 출연금을 바탕으로 중소·중견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용보증기금이 특별보증을 제공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은행에서원활히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특별보증 가운데 일부는 `프로젝트 공동보증` 형태로 운영된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 프로젝트` 단위로 보증 심사를 하고, 생산에 참여하는 협력업체들에 보증을 제공하는 형태다.
국책은행·시중은행들이 완성차 업체의 무신용장 거래 방식(D/A)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기로 했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특히 쌍용자동차는 정부 지원이 `유일한 희망`인 만큼 정부의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쌍용차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가면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지원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없다"며 "정부에서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기금운용심의위원회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승진 기자 / 백상경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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